[기자수첩]총선 졸속 공약 방지법이 필요하다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실현 가능성은 떨어져도 일단 표심에 어필해야 하니 급한 대로 지르는 겁니다. 어차피 선거가 끝나면 쏙 들어갈 아니면 말고 식 공약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야가 22대 총선을 앞두고 앞다퉈 쏟아낸 공약을 두고 정치권에 몸담은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같이 평가했다. 매 선거가 끝나면 공약을 이행시킬 주체나 의지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실제 이를 실행할 구체적인 재원 마련 계획도 없다는 게 주된 이유로 꼽힌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저출생 지원에서부터 철도 지하화 문제까지 지난 정부에서 해결하지 못한 난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데일리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이런 굵직한 사업을 추진하려면 연간 최소 50조원이 필요하다. 재정 추계가 나와 있지 않은 철도 지하화까지 더해질 경우 매년 소요되는 예산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철도 지하화와 관련해 여당이 제시한 사업비는 65조2000억원, 민주당은 80조원이다. 이들은 모두 사업비는 상부공간 개발을 통해 민간으로부터 유치하겠다고 내세웠다. 다만 사업성 확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나 단계적 개발 계획은 전무한 상황이다. 개발 사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예상보다 더 많은 정책자금을 투입해야 하거나 최악의 경우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다른 사업 역시 재원 확보 계획은커녕 구체적인 예산 추계가 들어 있지 않다. 이런 무책임한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법적으로 강제할 수단이 없어서다. 공직선거법에서 선거공약에 대한 재원조달방안을 게재하도록 돼 있지만 대통령선거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로 한정돼 있고 총선은 빠져 있다. 각 정당이 이같은 법의 헛점을 악용, 재원조달 방안 없는 졸속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일을 반복할 수 없다. 22대 국회에서는 이 같은 악습을 없앨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30일 앞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관위 외벽에 대형 홍보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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