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중국 랴오닝성 당서기와 통닭거리서 ‘치맥 외교’

큰사진보기 ▲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4일 저녁 경기도를 방문한 하오 펑(?鵬)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당서기와 수원 통닭거리의 한 식당에서 통닭에 생맥주를 마시며 우정을 다지고 있다. ⓒ 경기도

관련사진보기

큰사진보기 ▲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4일 저녁 경기도를 방문한 하오 펑(?鵬)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당서기와 수원 통닭거리의 한 식당에서 통닭에 생맥주를 마시며 우정을 다지고 있다. ⓒ 경기도

관련사진보기

“자, 건배 한번 하시지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24일 저녁 하오 펑(郝鵬)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당서기와 수원 통닭거리의 한 식당에서 생맥주잔을 부딪쳤다. 김동연 지사가 지난해 10월 랴오닝성 방문 당시 하오 당서기와 만나 “다음엔 (경기도에서) 넥타이 풀고 (편하게) 만나자”고 했던 약속을 6개월 만에 지킨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지방 당서기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동북 지역의 경제 중심지이자 북-중 교역의 핵심 지역인 랴오닝성의 당서기로서는 14년 만의 방한이다. 하오 당서기는 국유기업, 지방정부 등 고위직을 거쳐 2022년부터 랴오닝성 당서기를 맡고 있다. 중국공산당 서열 205위까지인 당 중앙위원 중 한 명으로,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그룹에 속한다.

“경기도에 가장 많은 시간 뺐다…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

경기도의 초청을 받아 방한한 하오 당서기는 지난 23일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만난 데 이어 24일 오태열 외교부 장관과 오찬, 25일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와 접견했다. 방한 기간 한국 정부와 기업 고위급 인사들을 잇달아 만난 하오 당서기는 바쁜 외교 일정 속에서도 유독 경기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하오 당서기는 24일 오후 김동연 지사와 만나 ‘경기도-랴오닝성 교류 협력 심화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후 수원 방화수류정에서 함께 넥타이를 풀고 산책하며 랴오닝 이주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또한, 만찬에 이어 ‘치맥’까지 공식적인 외교 일정 중임에도 파격적으로 격식 없는 편안한 시간을 가졌다.

하오 당서기도 “일정이 굉장히 촉박했는데, 경기도에 가장 많은 시간을 뺐다. 이번 방한 일정 중에서 경기도의 방문을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오 당서기가 경기도와의 교류를 강조한 것은 김동연 지사 특유의 인연을 중시하는 친근감이 힘을 발휘한 글로벌외교 성과다.

특히 김동연 지사는 중국과의 외교적 단절 등 윤석열 정부의 대미 편향 외교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균형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김 지사는 지난 22일 ‘정책과 대화’ 포럼에서도 “지금과 같이 (미국 쪽으로) 원사이드하고 일방적인 외교에 경사 돼 있는 것은 대단히 잘못됐고, 불안한 리스크 요인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외교 상황에 대해서 하루빨리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정부의 외교 난맥상 속에서 경기도가 앞장서서 단절된 대중 외교의 물꼬를 튼 셈이다.
큰사진보기 ▲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4일 오후 방화수류정에서 하오펑(?鵬) 중국 랴오닝성 당서기 등과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 경기도

관련사진보기

큰사진보기 ▲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4일 오후 방화수류정에서 하오펑(?鵬) 중국 랴오닝성 당서기와 함께 이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경기도

관련사진보기

“이번 출장 일정 중 치맥이 가장 만족스럽다”

하오 당서기는 이번 방한 기간 김동연 지사의 호의와 배려에 크게 만족해했다. 특히 이날 김동연 지사와 하오 당서기의 ‘치맥’은 꽤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 겪은 어려움이 현재 공직 생활을 하면서 큰 자산이 됐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한다. 김동연 지사는 어린 시절 부친을 잃고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가난한 생활을 보냈다. 하오 당서기도 홀아버지 밑에서 5남매와 넉넉지 못한 형편 속에서 성장했고, 15살 때 국가 정책으로 농촌 생활을 하면서 서민들의 삶을 잘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경기도 관계자에 따르면, 김동연 지사는 하오 당서기에게 “수원에 고급 호텔 등 좋은 곳이 많지만, 치맥거리로 모신 것은 보통사람들의 생활을 보여드리고자 하는 것”이라며 “서기님께서 이런 공간과 분위기를 좋아해 주셔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에 하오 당서기는 “이번 출장 일정 중 치맥이 가장 만족스럽다”며 “포장마차 같은 길거리 음식과 분위기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당서기로서 얼굴이 많이 알려져 랴오닝성에서는 그런 시간을 갖기가 어려웠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하오 당서기는 이어 “특히 지사님과 마음이 너무 잘 통해, 다른 면담과 달리 편안한 마음으로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기쁘다”며 “특별한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앞서 하오 당서기는 김 지사와 수원 방화수류정을 함께 산책하면서 “이번 방한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라고 흡족해했다. 또한, 김동연 지사의 주선으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방문한 것에 대해서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하오 당서기는 “랴오닝성과 경기도 간의 협력 관계는 앞으로 중한 관계에서도 시범적인 역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연 지사는 이후 만찬에서 하오 당서기에게 ‘뱡뱡면’ 대접했다. 이와 관련 김 지사는 SNS에 “(지난해 10월) 랴오닝성 방문 당시 제가 좋아하는 칼국수를 대접해 주셨던 것에 보답하고자, 이번에는 서기님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뱡뱡면’을 준비했다”며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푸바오 할아버지’ 강철원 사육사 등 한중 관계의 주역들도 다함께 모여 우의를 다졌다”고 전했다.

김동연 지사는 또 “하오 펑 서기와는 작년 10월 랴오닝성에서 처음 만나자마자 친구가 되었다”면서 “경기도와 랴오닝성이 맺어온 30년 우정은 앞으로 더 크고 단단해질 것이고, 더 나아가 한중 양국의 교류 협력을 강화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랴오닝성의 한 관계자는 “도담소라는 도지사 공관에서 환영 만찬을 해준 것에 대해 깊이 감사한다”면서 “(수원화성) 용연을 함께 산책하며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뜻깊었다. 경기도 방문 일정 하나하나 세심하게 준비해 주신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김동연 지사와 하오 당서기가 24일 도담소에서 서명한 ‘경기도-랴오닝성 교류협력 심화 합의서’는 △기업 비즈니스 환경 개선과 투자·기업협력 확대 △제조·과학기술혁신·현대농업 등 산업의 기업·기관 간 교류협력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오 당서기는 올해 6월 중국 랴오닝성 다렌시에서 열릴 예정인 하계 다보스포럼과 9월 랴오닝성 무역투자 박람회에 김 지사를 공식 초청하며 “진심으로 참석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